더할 나위 없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
2010년대 후반에 나온 서스펜스 스릴러 중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컬트 공포 장르에서는 아리 에스터의 <유전>이, 환상 특급 류의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조던 필의 <겟 아웃>이, 그리고 서스펜스 스릴러에서는 존 크래신스키의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괄목할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완성도가 독보적이었다는 이야기이다.
도저히 숨을 쉴 수 조차 없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설정, 보는 순간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상황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특유의 분위기가 처연하게 펼쳐지는 압도적인 영화였다. 일부 설정들은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괴생명체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 <콰이어트 플레이스>이다.
전작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명백히 체험하는 영화였다. 소리, 청각의 극한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의 구성, 영화는 소리를 지배했고 관객은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영화에 빨려 들어갔다. 소리, 소음에 반응하는 괴물과 그로인해 숨죽인 채 생활해야 하는 극단적인 생존 환경이 관객들에게는 생생한 체험의 쾌감을 선사한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에 집중하던 경험,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고 소리를 참았던,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긴장을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성공적으로 영화로 구현했다. 서사나 미장센은 거들뿐, <콰이어트 플레이스> 안에서 영화란 체험하는 예술이었다. 이른바, 소리의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돌아온 소리의 영화, 숨막히는 긴장의 세계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영화는 전작에서 다루지 못했던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고 어느덧 성장한 어린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인데, 야구 경기를 보러 온날 이야기는 시작된다.
리의 친구인 에밋은 킬리언 머피가 연기했는데, 제법 레건과 대화도 나누고 '다이빙' 수화도 배우는 등 친밀한 사이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하늘에서 운석이 내려오면서 일이 벌어지는데, 괴생명체의 공격이다. 영화는 초반 괴생명체가 어떤 방식으로 인간들을 공격했는데 드러내준다.
조용한 곳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클리셰는 조금 아쉽지만 나머지 장면들은 박진감 넘치게 잘 진행되는 편이다. 그리고 그날, 즉 첫 번째 날의 이야기가 흐른 뒤에 전작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프닝 시퀀스들을 보면서 의문을 품게 되었던 건, 잘 만든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진행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1편의 의혹이 더욱 증폭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1편은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괴생명체의 스펙과 설정에 있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즉, 이 정도 스펙의 괴생명체가 과연 인류를 전면에 가까울 정도로 몰아붙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오프닝에서 사람들은 쉽게 괴생명체의 약점을 파악했고, 대응할 시간이 아예 없을 정도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대도시의 상황이 나오지 않아 혼란의 정도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전략적인 움직임을 갖추지 않은, 그리고 지휘를 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괴생명체들이 보이지 않은것은 아쉬운 점이다. 1편에서 정들었던 집을 떠나고 모래가 깔리지 않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에보트 가족의 여정은 결국 괴생명체와 마주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간단 관람평
전 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전작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전작에서는 이야기에 인물들이 끌려다니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어서이다.
레건의 감정과 성장이, 리의 희생이, 가족들의 심리와 의지가 잘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작중 상황에 캐릭터들이 끌려 다닌다. 그들의 내면 묘사나 성장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역할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전작이 지닌 장점을 조금씩 잃어버리는 건 후속작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재미있고, <콰이어트 플레이스> 세계관의 재미를 몰아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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